AI로 인한 직업군 변화

AI가 교통 흐름을 제어하는 시대, 교통공학자의 역할 재정의

info-young1 2025. 7. 27. 14:13

AI 교통 제어 시스템의 부상과 변화의 시작

4차 산업혁명의 물결 속에서 인공지능(AI)은 도시 인프라의 핵심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교통 분야는 AI 기술의 빠른 적용과 함께 눈에 띄는 변화를 겪고 있다. 과거에는 교통 흐름을 분석하고 신호 체계를 설계하는 데 있어 교통공학자들의 경험과 수작업 분석이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실시간 교통 데이터를 수집하고 예측 모델을 적용해 최적의 교통 제어를 실행하는 AI 시스템이 점차 주도권을 쥐고 있다. 이는 단순히 기술의 진보가 아니라, 도시 교통을 바라보는 패러다임 자체의 변화를 의미한다.

AI가 교통 흐름을 제어

 

 

AI 기반 교통 시스템은 신호등 제어, 차량 흐름 예측, 혼잡도 분석, 사고 감지 및 경로 최적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빠르게 적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시는 딥러닝을 활용한 지능형 교통체계를 도입해 정체 구간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신호 시간을 조정하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해외에서는 싱가포르와 네덜란드가 AI 기반의 자율 신호 통제 기술을 도시 전역에 확산시키고 있으며, 이는 기존의 고정형 신호 시스템보다 20~30% 이상의 효율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 교통공학의 정의를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AI가 데이터를 수집하고 의사결정을 자동으로 수행하는 상황에서, 교통공학자는 과연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AI 시대, 교통공학자의 역할은 소멸될까?

많은 사람이 우려하는 바는 AI가 교통공학자의 직무를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일부 반복적인 분석 업무나 트래픽 데이터 처리 등은 이미 AI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교통공학자의 역할이 사라진다는 의미와는 다르다. 오히려 AI 시스템이 갖는 한계와 맥락을 이해하고, 기술과 실제 도시 환경 사이의 접점을 설계하고 조정하는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AI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단하지만, 도시의 교통은 사회, 문화, 법제도 등 다양한 요소가 결합된 복잡계다.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설계할 수 있는 사람은 여전히 인간 전문가, 곧 교통공학자다.

특히 AI의 ‘판단 근거’를 이해하고, 예외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안전망을 마련하는 일은 기계만으로 수행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응급차량이 지나가는 길을 확보하거나, 대규모 행사와 같이 특수한 변수로 인해 평소와 다른 교통 흐름이 발생할 경우, 정형화된 알고리즘만으로는 적절한 대응이 어렵다. 교통공학자는 AI 시스템이 고려하지 못하는 사회적 맥락을 반영해 의사결정 체계를 설계하고, AI의 성능을 지속적으로 평가하며 최적화하는 조정자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즉, AI는 교통공학자의 업무 일부를 도구화할 뿐, 의사결정의 책임과 전체적 관점을 설정하는 역할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교통공학자의 새로운 역량: 데이터 + 윤리 + 설계

AI 시대의 교통공학자는 더 이상 단순히 교차로 용량을 계산하거나 신호 주기를 설계하는 기술자에 머물지 않는다. 데이터 분석, 프로그래밍, 윤리적 사고, 정책 설계 등 다양한 분야의 역량이 요구된다. 특히 데이터 사이언스와 도시계획, 사회학까지 융합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는 교통공학이 이제 물리적 흐름뿐만 아니라 인간의 이동 행태, 디지털 트윈 기반의 도시 시뮬레이션, 교통 약자 접근성 등 다차원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AI가 제시한 분석 결과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기술이 놓친 공정성과 윤리적 함의를 점검하는 능력도 중요하다. 예컨대 AI가 범죄율이 높은 지역에는 택시나 차량을 배치하지 않는 알고리즘을 설계했다면, 이는 특정 계층의 이동권을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런 문제를 예측하고 교통 정책에 반영하는 것은 인간 전문가의 중요한 책임이다. 따라서 교통공학자는 ‘코드와 알고리즘을 이해하는 기술자’이자, ‘사람 중심의 이동을 설계하는 철학자’로서 새로운 정체성을 정립해야 한다. 기술이 아닌 사람을 중심에 두는 교통, 그 가치를 설계하는 전문가로서의 재정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인간과 AI의 협업, 교통의 미래를 설계하다

앞으로의 도시 교통은 AI와 인간 전문가의 협업을 전제로 발전할 것이다. 자율주행차의 도입, 스마트 시티 확산, 드론 물류 시스템 등 혁신적인 기술이 등장하면서 교통공학자는 이제 ‘복합 시스템 설계자’로서의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교통 흐름의 효율성만이 아니라, 안전, 지속 가능성, 환경, 사회적 형평성을 고려한 총체적 관점에서 교통 시스템을 설계하고 조율하는 중재자 역할이 필요하다.

또한, 시민들과의 소통과 신뢰 형성도 중요하다. AI 기반 교통 정책은 시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교통공학자는 과학적 근거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책을 설계하되, 시민의 참여를 유도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협의를 통해 교통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즉, 교통공학자는 기술과 사회를 연결하는 브릿지 엔지니어로서 기능하게 될 것이다. AI가 발전할수록, 그 기술을 어디에, 어떻게, 누구를 위해 사용할지를 결정하는 일은 결국 인간의 몫이다. 그리고 이 중요한 결정을 책임지는 전문가가 바로 미래의 교통공학자다.

맺으며, AI가 교통을 제어하는 시대는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닌 인간 역할의 재정의를 요구하는 전환점이다. 교통공학자는 이제 알고리즘 뒤에 숨는 기술자가 아니라, 기술을 이해하고 사회적 가치로 연결하는 **‘총체적 문제 해결자’**로 진화해야 한다. 교통의 미래는 단순히 빠름이 아닌, 지속 가능하고 포용적인 이동성을 설계하는 것임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