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인한 직업군 변화

AI로 인한 직업군 변화: 회계사의 역할은 사라질까, 진화할까?

info-young1 2025. 7. 4. 18:57

회계 업무 자동화, 이미 시작된 변화

과거 회계사는 복잡한 숫자를 다루며 전표를 입력하고, 재무제표를 작성하고, 세무 신고를 준비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았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이 풍경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과 머신러닝 기반 회계 소프트웨어는 이미 상당 부분의 단순 반복 회계 업무를 자동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회계 플랫폼인 Intuit QuickBooks, Xero, Sage 등은 영수증 스캔, 거래 분류, 정기적인 재무 리포트 생성 등 사람의 개입 없이 처리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한국에서도 더존, 삼일회계법인 등에서 AI 회계 시스템을 실무에 적극 도입하고 있으며, 스타트업부터 중견기업까지 클라우드 기반 회계 솔루션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AI로 인한 회계사의 역할은?

 

 

이러한 변화는 ‘회계사’라는 직업 자체의 존폐를 걱정하게 만들 정도로 급격해 보인다. 특히 중소기업이나 1인 사업자의 경우, 사람 회계사를 두지 않고도 세무신고나 장부 관리가 가능한 환경이 점점 조성되고 있다. 이 때문에 회계 분야 초급 인력의 입지는 줄어들고 있으며, 단순 업무를 담당하던 회계 보조 인력의 역할이 위축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이 현상을 단순히 ‘AI가 회계사를 대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변화는 단순한 소멸이 아니라, 역할의 재편과 진화로 이어지고 있다.

 단순 반복 업무는 AI에게, 판단과 전략은 인간에게

회계 분야의 자동화는 결국 ‘기계가 잘할 수 있는 것과 인간만이 잘할 수 있는 것’의 분리를 가속화한다. AI는 대규모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고 규칙 기반 업무를 정확하게 수행할 수 있지만, 기업의 재무전략, 리스크 평가, 복잡한 세무 해석과 같은 고차원적 사고가 필요한 영역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예컨대 세무 조사를 대비한 시뮬레이션, 복잡한 법인 분할/합병 관련 회계 처리, 특정 산업군에 맞춘 맞춤형 회계 컨설팅은 아직까지 인간 회계사의 전문성과 경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실제로 글로벌 회계법인 PwC, KPMG, EY, Deloitte 등은 단순 회계처리 인력보다 ‘데이터 기반 재무 전략가’, ‘AI 시스템 관리자’, ‘회계+IT 융합 전문가’와 같은 새로운 직무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국내 대형 회계법인들 또한 회계사들에게 데이터 분석 능력, RPA 도구 활용 능력, 비즈니스 전략 이해도를 요구하고 있다. 과거에는 자격증만으로 취업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AI를 활용하여 클라이언트의 재무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회계사'가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 즉, 단순 수치를 다루는 직업에서 ‘기업 의사결정에 개입하는 전략적 파트너’로 역할이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AI와 함께 일하는 회계사, 어떤 스킬이 필요할까?

이러한 흐름에서 회계사에게 요구되는 역량도 달라지고 있다. 첫째, 데이터 리터러시(Data Literacy), 즉 숫자와 데이터를 해석하고 의미를 도출하는 능력이 핵심이 되었다. AI가 데이터를 생성하고 가공한다면, 회계사는 그것을 통해 전략적 인사이트를 도출하고, 경영진에게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AI·IT 툴 활용 역량이 요구된다. 파이썬(Python)을 활용한 간단한 스크립트 작성, 엑셀의 고급 함수, RPA(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 도구 등은 더 이상 IT 부서 전유물이 아니다. 실제로 신입 회계사 채용 시 ‘코딩 가능자’가 우대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셋째,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능력 역시 AI 시대 회계사에게 필수 역량으로 떠오른다. 숫자만 잘 보는 회계사가 아니라, 고객의 입장에서 문제를 정의하고, 데이터 기반 해결책을 제시하며, 설득할 수 있는 ‘소통하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특히 기업 회계 컨설팅, 세무 기획, IPO 지원 등과 같은 영역에서는 이러한 종합적 사고력과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경쟁력을 좌우한다. 결국 AI는 회계사의 ‘팔과 다리’를 대신할 수는 있어도 ‘두뇌’와 ‘감각’까지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한다.

회계사의 미래, 사라짐이 아닌 진화의 길

요약하자면, 회계사의 미래는 단순히 사라질 것인지 아닌지를 논하는 이분법적인 관점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오히려 AI는 회계 업무의 본질을 다시 정의하고, 회계사의 정체성을 변화시키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작업은 더 이상 인간의 몫이 아니며, 회계사는 이제 더 전략적이고, 창의적이며, 문제 해결 중심적인 전문가로 거듭나야 한다. 이는 도전이자 기회다. 변화의 흐름을 읽고, 새로운 역량을 준비하는 회계사는 AI 시대에도 오히려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앞으로의 회계사는 ‘계산하는 사람’이 아니라 ‘의사결정을 돕는 조력자’로 자리 잡을 것이다. AI는 강력한 도구일 뿐이며,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결국 회계사 본인의 몫이다. 회계 직무를 꿈꾸는 예비 회계사나 이미 이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이들이라면, 지금이야말로 자신만의 경쟁력을 점검하고, 새로운 역할로의 진화를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AI가 회계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잘 활용하는 회계사가 앞으로의 시장을 주도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