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인한 직업군 변화

AI와 법정통역: 다문화 사회 속 통역사의 새로운 가능성

info-young1 2025. 7. 26. 21:31

다문화 사회의 진입과 법정통역의 중요성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은 빠르게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 결혼 이주민, 유학생, 난민 신청자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한국 사회의 일원이 되면서, 행정·교육·의료·법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언어 서비스의 필요성이 급증하고 있다.

AI와 법정통역

 

그중에서도 법정통역은 단순한 언어 전달이 아니라, 사람의 삶과 인권을 보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형사 재판이나 이민 소송과 같이 개인의 권리에 직결되는 절차에서 통역의 정확도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통역 인력의 수급 부족, 다양한 언어군에 대한 대응 미비, 비용 및 시간 문제로 인해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인공지능(AI) 기반 통역 기술이 하나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그 활용 가능성과 한계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AI 통역 기술의 현주소와 법정에서의 한계

AI 통역 기술은 지난 10년 사이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냈다. 구글 번역이나 파파고와 같은 일반 번역 서비스는 물론, Chat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문맥 이해와 자연어 처리 능력이 상당히 정교해졌다. 이러한 기술은 일상 대화, 비즈니스 회의, 관광 안내 등에서는 충분히 유용하며, 일부 이민청이나 의료기관에서는 실제로 AI 통역 시스템이 시범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법정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재판 과정에서는 전문적인 법률 용어, 복잡한 문장 구조, 미묘한 감정과 뉘앙스 전달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AI는 아직까지 이러한 요소들을 완전히 이해하거나 적절히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다. 특히, 오역이나 문맥 왜곡이 발생할 경우 피고인이나 피해자의 권리 보호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으며, 재판의 공정성을 해칠 우려도 크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AI 통역을 법정에 전면 도입하기보다는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이다.

 AI와 인간 통역사의 협업: 새로운 역할의 출현

AI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법정통역사의 역할도 변화하고 있다. 단순히 사람의 말을 번역하는 것이 아니라, AI가 제시한 번역을 검토하고 수정하는 ‘후편집(Post-editing)’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이는 AI가 빠르게 초안을 제시하면, 통역사가 법률적·문화적 맥락을 고려해 내용을 정확하게 다듬는 방식이다. 미국, 캐나다 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이미 “AI + 인간 통역사” 이중 시스템을 도입해 재판의 효율성과 정확성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통역사에게 새로운 역량을 요구한다. 단순한 언어 능력 외에도 법률 지식, AI 활용 능력, 문화적 해석 능력 등이 중요해지고 있으며, 특히 감정 조율, 상황 판단, 긴급 대응 등 인간 특유의 직관이 필요한 부분은 AI로 대체할 수 없다. 결국 통역사는 단순한 전달자를 넘어, 법정의 ‘문화적 중재자(Cultural Mediator)’이자 기술 사용자로서의 복합적인 정체성을 갖게 된다.

 통역사의 미래: 소멸이 아닌 진화의 길

많은 직업군이 AI로 인해 위협을 느끼고 있지만, 통역사의 미래는 소멸이 아니라 진화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법정통역과 같이 높은 전문성과 인간 중심의 판단이 요구되는 영역에서는 AI는 도구일 뿐, 최종 판단과 책임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따라서 통역사는 AI와의 경쟁을 걱정하기보다는, 이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술적 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정책적으로도 AI와 통역사가 함께 협업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통역 인력 양성과정에서 AI 사용 교육을 포함하거나, 법정에서의 AI 통역 활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것이 그 예다. 다문화 사회로서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언어장벽을 해소할 수 있는 유능한 전문가와 기술이 함께 존재해야 한다. 통역사의 역할은 점차 변화하고 있지만, 그 가치와 필요성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는 시대임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