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발전의 이면, 일자리를 잃는 이들
인공지능(AI)은 현대 산업 전반을 재편하고 있으며, 다양한 분야에서 효율성과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혁신의 물결 속에서 소외되고 있는 직업군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간과하기 쉽다. 흔히 AI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부터 대체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는 곧 저숙련 노동자나 고령 노동자, 디지털 역량이 낮은 이들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예로는 공장 노동자, 마트 계산원, 콜센터 상담원, 단순 회계 사무직, 기사 작성을 수행하던 초급 콘텐츠 작성자 등이 있다. 이들 직업은 AI 기반 자동화 시스템에 의해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더구나 이들 중 많은 인력이 기술 재교육이나 직업 전환에 필요한 정보 접근성조차 부족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은 단순히 일자리 문제를 넘어, **사회 구조적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로 이어지고 있다. AI는 분명 진보의 상징이지만, 그 이면에는 ‘배제된 이들’의 현실이 깊게 드리워져 있다.
디지털 격차가 만들어내는 경제·사회적 단층선
AI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노동 시장에서 요구되는 기본 역량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 단순 직무보다 분석력, 문제 해결력, 디지털 활용 능력, AI 협업 능력 등이 중시되는 가운데, 이러한 역량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이들은 점차 경쟁에서 밀려나게 된다. 특히 저소득층, 고령층, 농어촌 거주자, 장애인 등은 물리적, 경제적, 사회적 이유로 기술 접근에 제약이 많고, 이로 인해 고용 기회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격차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디지털 격차는 단순한 기기 보유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그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낼 수 있는 ‘디지털 리터러시’의 격차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 격차는 세대 간, 지역 간, 계층 간의 분열을 촉진한다. 결국 AI 기술을 둘러싼 혁신의 흐름은, 누군가에겐 기회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철저한 소외의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기술 재교육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시스템적 전환의 필요
AI가 가져오는 직업 구조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은 여러 형태의 재교육(Reskilling)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 프로그램들이 소외 계층에게 실질적인 효과를 주는지는 회의적이다. 온라인 기반 교육 콘텐츠가 주류인 상황에서, 기본적인 컴퓨터 활용 능력이 부족한 이들이 제대로 참여하기란 쉽지 않다. 또한 장기 근속 후 전환을 시도하는 중장년층에게는 단기간 내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고 현장에 투입되는 일이 쉽지 않다.
그렇기에 단순한 스킬 교육을 넘어, 포괄적이고 시스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디지털 취약 계층을 위한 오프라인 맞춤형 학습 환경, 생애 주기별 전환 교육 시스템, 기업의 고용 유지를 위한 세제 혜택 확대, 지역 기반 공공 일자리 창출 등이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또한 교육 이후 실제 취업으로 연결될 수 있는 구조, 즉 기술습득 → 직무 재설계 → 사회통합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체계를 설계해야 한다. 기술 격차가 곧 사회적 격차로 전이되지 않도록, 정책적 감수성과 지속적인 투자, 그리고 민관의 협력이 절실하다.
기술의 진보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윤리적 질문의 출발점
결국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AI는 누구를 위해 발전하는가”이다. 기술의 혜택이 소수에게만 집중된다면, 이는 단지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인 것이 아니라,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기제로 기능할 수 있다. 기술은 결코 가치중립적이지 않다. 그 설계와 배포 과정에서 어떤 집단이 배제되고 있는지를 면밀히 살피지 않으면, AI는 디지털 차별의 도구가 될 수 있다.
AI 시대에도 중요한 가치는 여전히 ‘사람’이다. 모든 기술은 인간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하기 위해 존재해야 하며, 포용성과 형평성의 원칙 속에서 설계되고 운영되어야 한다. 소외 직업군을 단순히 '낙오자'로 보지 않고, 이들이 다시 노동 시장에 통합될 수 있도록 돕는 사회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은 기술 이상으로 중요하다. 우리는 이제 기술을 중심에 놓는 사회에서, 사람을 중심에 두는 기술 활용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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